진보의 미래 1권을 보면 같은 말이 수없이 반복되고 있다. 대통령은 왜 그렇게 동어반복을 한 것일까? 무엇이 그리 절박했던 것일까? 그래서 그 말들을 찾아서 한자리에 모아보았다. 그 말은 진보 보수가 왜 중요한가, 모든 문제는 진보 보수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같은 말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보니 마치 그가 웅변을 하는 것같다. 

 

그는 다들 찡그리며 피하려고 하는 진보 보수를 끄집어 낸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의 참모들조차 유언과 같은 그의 말을 얼마나 이해했는지 의아스럽다. 우리사회에는 진보 보수적 접근을 멀리하는 뚜렷한 경향이 있다. 진보 보수는 그런데 한국사회에서 잘 쓰려고 하지 않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이같은 이념은 편가르기나 분열을 연상하기 때문이다. 과거 전쟁때의 악몽이 아직도 지워지지 않고 있는 것도 이유다. 그래서 이런 말도 나온다. 사회갈등은 불가피하다해도 이념갈등만은 안된다. 그것은 무익하며 사회를 분열시킨다. 그런데도 그는 단기필마로 마치 동키호테처럼 적진으로 쳐들어가듯이 진보 보수라는 이념의 정글로 들어간다. 

 

이 세계에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혼돈의 핵심에는 보수 진보의 문제가 있다. 그는 진보 보수가 세계 이해의 키워드라고 보는 듯하다. 이것을 통해 정부의 역할을 잘 설명할수 있다고 본다. 그에게 진보 보수는 복잡한 정치 사회 경제 현상을 이해하는 도구이다. 노무현은 이념의 시대는 지났다, 좌우가 아니라 전후가 중요하다는 등의 주장을 펴는 관념적인 전문가들에게 현혹되지 않고 진보 보수의 문제가 모든 정치 시회 경제 문제의 핵심임을 정확하게 인식했다. 더구나 먹고사는 문제도 궁극적으로 진보 보수의 문제라고 말한다. 

 

더나아가서 그는 80년대 운동권처럼 "사상투쟁" "이념논쟁"의 필요성을 역살한다. 사상투쟁할 근거를 다시 마련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것은 우리사회에서 왜 진보가 필요하고 어떤 진보가 필요한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진보 보수라는 큰 지평을 설정하면 그 위에 노무현 정부에서 한 일들과 각 쟁점들을 배치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대결구도를 대체하는 효과도 거둘수 있다. 

 

1

진보와 보수라는 게 뭐냐? 자기의 이해관계를 정확하게 판단해 나가는 지식적 탐색, 탐구의 과정이다. 그래 이게 제일 중요하다. 그래서 제일 첫 번째 이 얘기를 하려는 것이죠. 물론 하다보면 다른 책을 먼저 쓰고 뒤에 쓰게 될줄 모르겠는데, 시민이 자기의경제적 이해관계,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를 탐구해가는, 지적으로 탐구해가는 과정이다. 정확하게 파악해 가는 탐구의 과정, 그 핵심 논리가 바로 진보 보수 안에, 진보 보수 논쟁안 들어있다. 그거를 이제... 그래서 1차적으로 이게 중요하다. 그렇게 한번 만들어가자는 겁니다. (127쪽)

 

2

진보주의의 가치와 철학이 뭐냐? 보수주의 진보주의 가치와 철학이 뭐냐? 진보주의니 보수주의니 하고 서로 싸우는데 왜 그러냐, 누구와 누구의 싸움이냐? 이런 얘기입니다. 그래서 지난날의 역사들을 쭉 한번 써보고, 역사로 본 대립의 본질, 역사로 본 대립의 본질은 강자와 약자, 기득권, 도전자의 논리 또는 소유권의 논리, 자본, 자본주의.... 뭐 상공인의 논리냐? 이런 것이 있습니다. (120)

 

3

보수와 진보에 관한 이야기는 결국 먹고사는 이야기이다. 오늘날 국회에서 사생결단 하듯 싸우고 있는 주제도 깊이 들여다보면 보수와 진보가 갈등하는 주제 안에 있다. 그런데 보수는 무엇이고 진보는 무엇인가? 개념에서 시작하여 주장과 논리, 역사, 누구의 사상인가? 이렇게 설명하자면 이야기가 길고 복잡하다. 이런 이야기와 국민들이 먹고 사는 일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설명하는 일은 더욱 어렵다. 보수와 진보가 서로 어떻게 다른지 한마디, 아니면 몇 마디로 선명하게 비교하여 보여주는 방법은 없을까? (4차메모)

 

4

오늘날 진보와 보수의 논쟁은 국가의 역할, 또는 시장과 국가의 역할에 관한 것이다. … 그런데 최종적으로 정책을 선택할 권리를 가진 국민들에게 그 내용과 의미가 정확하게 전달이 되지 않고 있다.(32쪽) 

 

5

진보주의에 관한 책을 만들어 보자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세계의 역사는 진보와 보수의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입니다. 그리고 미래의 역사는 진보주의가 제시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사회적 논쟁의 중심 자리를 차지해야 지역주의를 넘어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진보주의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는 것입니다. (20)

 

6

나는 사상투쟁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반 대중과 더불어서 사상투쟁을 할수 있는 근거를 다시 마련하지 않고는, 지금 이 수준에서 민주당이 노선을 뭐 어찌 한다 해서 될일이 아닙니다. 민노당도 마찬가지지요. 솔직히 얘기해서 지금은 정치적 대안에 대해서 당분간 생각을 끊자. 이게 내 생각입니다.(144)

 

7

아이들이 행복한 사회의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 말하자면 전략과 우선순위, 방법론에 관한 논쟁이 있죠.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성장이냐 분배냐, 감세냐 복지냐 이런 등등의 논쟁들이 있죠.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을 두 개의 흐름으로 봉합해서 묶을수 있어요. 모든 문제는 보수와 진보로 통합니다. … 성장, 복지, 평화, 생태계 이 모든 논쟁은 진보와 보수의 논쟁으로 갈라집니다.”(148쪽)

 

8

진보냐 보수냐 하면 사람들이 다 찡그리는데 피해갈수 없는 문제입니다. 그렇죠? 피해갈수 없는 문제이고 이걸 회피할 방법이 없어요. 이것 빼고는 말이 안되거든요. 그래서 이념 논쟁이에요. 회피할 문제는 아니고 결국은 이 고비를 넘어서야 우리 운명에 대한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진보냐 보수냐’라는 큰 두 물줄기, 결국은 샛강이 100개라도 이 두 개의 줄기 속으로 합류하고 그 다음에 국민의 행복이라고 하는 하나의 강에 통합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진보와 보수에 대한 이해와 선택은 불가피한 것이죠.(148쪽)

 

9

보수와 진보는 내용적으로 이념논쟁이라고 했는데, 보수는 누구의 철학이고, 진보는 누구의 철학인가? 보수는 강자의 철학, 진보는 약자의 철학이에요. 그런데 왜 약자가 강자의 정책에 표를 던질까? 정치는 왜 강자인 소수의 편을 드는가? 왜 다수 서민에 의해 선출된 정권이 소수 부자의 논리를 수용하는가? 정책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역사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결국 시민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죠. 시민의 생각이 역사가 된다.(148쪽) 

 

10

오늘날 그(국가의 역할) 논쟁의 핵심이 진보와 보수로 돼있기 때문에 진보 보수를 얘기하게 되는 것이죠. (156)

 

11

이 책의 주제는 사실은 진보 보수 논쟁입니다. 무슨 논쟁이 있고, 논쟁에서 누구 말이 맞고, 뭐가 사실이고 뭐가 진실이며 그 본질이 뭐냐? 이 얘기가 핵심인데 왜 국가의 역할로 썼냐 하면 약간 비켜간 것이죠. 연구마당 만들면서 진보냐 보수냐? 연구카페 만들어 놓고 그렇게 가면 진부하게 느껴질 것도 같지만 여전히 그 핵심은 국가의 역할 논쟁이거든요. 그것이 사실 논쟁의 본질에 더 가까워요. 

오늘날 진보 보수 논쟁의 본질은 국가의 역할 그 본질 안에 숨어있습니다. 논쟁의 주제가 ‘국가가 뭐 할 거냐’ 이런 것입니다. … 경제를 살리려 한다고 경제가 사느냐, 어떻게 살리는 게 문제지, 그러면 이 논쟁으로 바로 들어가게 되거든요.(168-169쪽)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