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극우파와 한국인
프랑스를 지도상에서 보면 정오각형 모양을 하고 있다. 이 오각형의 왼쪽 끝 모서리를 차지하고 있는 지역이 브르따뉴 지방이다. 브르따뉴사람은 불어로 브르똥이라 불린다. 이들은 다혈질적이고 성정이 드센 편이어서 대체로 조용한 성격을 지닌 일반적인 프랑스사람들과 곧 구별된다.
브르따뉴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 싸여있는 반도이다. 토양이 척박해서 전통적으로 농업이 발달하지 못했고 지하자원도 별것이 없다. 기후도 좋지 않아 바캉스 기간에도 빠리의 관광객들이 많이 찾지 않는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어업이 주산업이었다. 오랫동안 바다에서 풍랑에 맞서 싸우다보니 브르똥의 성격이 거칠고 강인해진 것이다.
이 지역의 거의 유일한 자원이란 강하게 단련된 기질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있는 것이라고는 사람뿐이다보니 인적자원에 투자를 집중했다. 자연히 교육열이 높아져 바깔로레아(대학입학자격시험) 합격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인구비례당 대학의 숫자도 타지역보다 많은 편이다. 이같은 고급 인적자원을 기반으로 60년대에 노동집약산업인 전자공업단지를 건설해 육성했다. 그 결과 지금은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큰 전자공업단지가 됐다.
브르똥중에는 정치적으로 극우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각주1)) 프랑스의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총수 장 마리 르뺑은 이 지역이 낳은 대표적인 극우인사이다. 우파의 거물 정치인 알랭 마들랭도 이 지역 출신이다. 마들랭은 우파안에서도 오른편이라 '미국식의 개혁'을 주장한다.
알랭 마들랭의원은 한불협회 회장을 지낸 바도 있는 친한파 정치인이다. 몇해전 그를 인터뷰하면서 첫 질문으로 왜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느냐고 물었다. 마들랭은 우파의 이데올로그답게 한동안 생각하더니 신중하게 대답했다. 그는 출신지역인 브르따뉴와 한국의 문화 사이에 뭔가 친근하게 만나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그 후로 그가 말한 '뭔가 친근한 것'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됐다. 그러다가 브르똥 친구도 사귀게되고, 이 지방을 두차례 여행하면서 한국과 브르따뉴지방의 자연조건이나 사람들의 성격이 매우 흡사함을 알게 됐다.
브르똥이나 한국인과같이 어려운 조건에서 오랫동안 시련을 겪다보면 생존본능에 따라 자신을 지키려는 방어기제가 발동하게 된다. 이기심이나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힘겨운 현실에 대한 반발이나 초월의지가 극단적인 이상주의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같은 환경적 요인들이 극우정신이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이 되어주는 것이 아닐까.
빠리에 한국사람을 유난히 좋아하는 한 브르똥이 있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당원이라고 밝힌다. 이 말을 듣고 놀라는 한국인 친구들을 안심시키려는 듯, 극우파의 배척 대상 외국인중 한국인과 일본인은 제외됐다고 말한다. 나아가 프랑스 극우파는 한국인들을 매우 부러워한다고 전해준다. 한국은 단일민족이어서 민족 갈등이 없고 외국인문제도 적으며 극우파의 반대자들을 법으로 금지해놓았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이냐는 것이다.
크리스티앙 뻬르송이라는 이 청년은 브르따뉴반도의 끝점에 위치한 소도시에서 고교를 마치고 빠리에 올라왔다. 뻬르송은 자기 고향에서 당연하게 여겨졌던 그 기질이나 성향을 지니고 빠리에서 살아가기에 매우 불리하고 불편하다는 사실을 몸으로 확인하게 된다. 대체로 교양있는 평균수준의 빠리사람들은 극우파나 극우 추종자들을 경멸하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한국인들을 만나고나서부터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한다. 그의 말로는 빠리에서 만난 한국인들이 대부분 자기와 같은 극우파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인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전생에 한국인이었을 거라는 말도 했다. 이런 인연으로 필자가 펴내는 동포신문의 부편집장으로 몇해동안 불어지면을 담당하기도 했다.
필자는 그와의 만남을 통해 브르따뉴뿐 아니라 한국인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됐다. 한국과 브르타뉴는 자연조건의 공통점이 많고 사람들의 특질도 비슷하다. 땅이 척박하고 자연자원도 별로 없고 기후도 나쁘다. 오직 있는 것이라곤 인적자원이다. 지역과 역사, 인종이 다를지라도 이같이 비슷한 조건에서는 비슷한 인간들이 만들어진다. 한국인들의 강한 특성중 하나인 극우성향도 이같은 조건의 산물일 것이다.
각주1)) 브르똥의 이런 성향에도 불구하고 각종 선거에서 극우정당에 대한 지지율이 특별히 높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한 브르똥 친구가 이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주민소득 수준이 낮아 살기 어려운 이 지역에까지 외국인들이 뭐하러 찾아오겠는가. 한국유학생중에는 브르따뉴를 '프랑스의 전라도'라고 우스개로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므로 선거 때마다 외국인 배척과 프랑스인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극우파에게로 표가 많이 가지 않을 뿐이라는 이야기이다.
이것은 사계절 날씨가 좋은 천혜의 휴양지역인 지중해연안 남불의 일부지역이 극우파의 아성이 된 것과 비교된다. 지난 90년대 이 지방에 위치한 뚤롱이란 도시에서 극우 정당 출신 후보가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시장에 당선돼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다.
그 이유는 외국인 이민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북부 아프리카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밀항선을 타고 지중해를 건너 마르세이유같은 남불의 항구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불법이민 외국인문제가 심각한 사회갈등을 일으키자 이 지역사람들이 극우파의 선동에 휩쓸리게 된 것이다. [출처] [어떤사람8] 프랑스 극우파와 한국인|작성자 oniv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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