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가난한 사람은 왜 부자를 위해 투표하나 -허지웅의 의견

  

인터넷논객 허지웅은 그의 저서 “대한민국 표류기”에 실린 글 ‘가난한 사람은 왜 부자를 위해 투표하나’에서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택시운전사들중 “상당수”가 보수정권을 옹호한다고 말했다. 미국 고속도로를 달리는 트러거들도 대다수가 공화당을 지지한다고 해 이런 현상이 한국에만 고유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먼저 글의 앞머리에서 이렇게 문제제기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난하다. 하지만 그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한다. 얼핏 분열증 같아 보이는 이 현상은 영원히 풀리지 않을 수수께끼처럼 진보진영 논객을 괴롭혀 왔다. 논객과 진보 정치인들은 사람들이 계급적 정체성에 밝지 못하고, 눈을 뜨지 못하고, 상식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는 데 분노한다. 그리고 계몽하려 애쓴다. 하지만 이 계몽은 쉽게 작동하지 않는다.”

  

허지웅은 이에 대한 답을 망설이지 않고 확신에 차서 말한다. 

“경제학자들은 인간이 결국에 사사로운 이익 관계를 좇아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실제 대부분의 인간은 사익에 따라 결정하고 행동한다. 이는 매우 상식적인 이야기로 들린다. 하지만 이 상식은 머릿속의 상식이다. 현실에서 우리는 자신의 주머니 사정에 따라 투표하는 사람들을 거의 찾아볼수 없다.”

  

그 이유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요컨대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를 위한 정책 정당을 지지하는 이유는, 그들이 부자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부유함이나 풍요로움 같은 부자의 가치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와 함께 수반돼 연상되는 보수적 언어를 ‘옳은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누가 혹은 어떤 정당이 서민을 대변하고 말고는 고려대상이 아니다. 사람들은 부자를 보면 박탈감을 느끼지 않는다. 성공신화에 매료될 뿐이다. 부와 이익이라는 (그들이 생각하기에) 긍정적인 에너지에 박수를 보낼 뿐이다.”

  

나아가서 그는 레이코프와 같이 가치관 세계관에 의해 투표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틀에 의해 판단한다. 이들은 그들의 세계관이고 가치관이다. 이 가치관은 주머니 사정과 별개로 작동한다. 상식을 운운하면 반감만 산다.”

허지웅은 이 문제에 대한 대책까지 내놓았다. 

“진보진영의 선동가와 계몽주의자들은 스스로 판 무덤 속에 기어들어갔다. 여기서 탈출하고 싶다면 보다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대중에게 꾸준히 진실을 알리고 보수진영의 부조리를 밝힘으로서 마침내 상식이 통하게 될 것이라 낙관하는 자세는 금물이다. 그 진실은 진보진영에게만 들리는 진실이다.”

“보수진영의 움직임에 일일이 대응하는 방식으로 무게중심을 가져가다간 결코 집권할수 없다. 대중이 어떻게 진보의 언어에 괌심을 기울일 것인지 연구해야 한다. 그런 관심 안에서 진보의 가치관과 인식의 틀이 보수의 그것못지 않은 안정적 이미지를 가질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진보진영이 입에 문 언어들이 닮고 싶고 갖고 싶고 추구하고 싶은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는 다소간의 패션화전략도 필요하다. 진보의 언어를 개발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 한, 한국의 진보진영에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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