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사람에 대한 연구에서 답이 보인다

  

투표를 결정하는 것은 유권자의 정치적 입장이다. 즉 진보냐 보수냐이다. 그러면 진보 보수를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개인의 정체성 가치관이다. 그렇다면 그것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은 무엇일까? 

  

삶속에서 얻는 경험을 들수 있다. 견디기 어려운 혹독한 조건에서 사는 사람은 자신과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보수적인 입장을 갖게 될수 있다. 존경 또는 선망의 대상과 자신을 동일시하려는 태도도 영향을 끼친다. 그 대상은 자신의 입장과 다른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이외에 꼽을 수 있는 것이 계급의 이익이다. 저소득층이라면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당을 선호한다. 출신 지역의 이익을 우선하는 지역주의도 한국에서는 강력한 요인이다. 그래서 호남출신 보수층이 민주당을 찍고 영남출신 진보인사가 한나라당을 찍는다.

 

선천적 결정설도 있다. 두뇌의 전두엽의 어느 부분을 보면 그 사람이 평생 진보 또는 보수로 살아갈 것인지가 결정된다는 설이다. 사람은 실존적 존재이기도 하다. 실존적 각성이 존재에 주는 영향은 사회과학에서는 무시돼 왔다.

  

이처럼 여러 가지를 들수 있지만 계급성만을 절대적으로 여기는 사람들의 의견이 사회과학의 장에서는 압도적이다. 그런 판단은 무엇보다 매우 합리적이다. 그들은 정치 경제주의적인 입장에 서있다. 인간을 물질적인 존재로 보는 마르크스주의의 유물론적 입장에 경도돼 있다. 

  

그들은 논리로 무장돼 있으므로 논리적으로 반론을 세우는 것은 매우 어렵다. 사례들로 말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소설가 신경숙은 공장 노동자 소위 여공 출신이다. 그런데도 조선일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됐다. 그녀는 왜 자기배반적인 존재의 전환을 했을까? 

  

기층계급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진보정당의 당원들은 왜 대학생이나 지식인출신들이 많은가? 이들도 일종의 계급배반 아닌가?

  

마지막으로 케인즈의 사례를 붙이며 마무리하려한다. 경제학자인 케인즈는 경제학의 영역을 넘어 인간성에 대한 탐구를 통해 비로소 실효성있는 이론을 찾아낸 인물이다. 30년대 대공황을 기존의 학자들이 설명하지 못하고 있었을 때 케인즈는 “화폐와 고용에 관한 일반이론”을 발표해 공황을 극복할 수 있게 했다. 그의 이론에는 인간에 대한 통찰이 담겨있었다. 기존경제학에서는 소득에서 소비를 하고 남은 돈을 저축하고 그것은 투자로 이어진다고 여겼다. 그런데 케인즈는 여기에 의문을 가졌다. 불안한 사람은 은행에 저축하지 않고 베개 밑에 감추기도 한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그만큼의 오차가 발생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오차만큼 기존경제학에 틈이 생겼고 그것이 커져서 공황에까지 이르렀다. 경제학자들이 인간을 경제적 행위를 하는 존재로 놓고 이에 기반해 이론을 만들어나가고 있을 때 그는 인간의 비합리적 비경제적인 속성에 눈을 돌렸다. 인간에 대한 인문학적인 통찰이 있었기에 사회과학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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