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은 진보 보수가 왜 중요한가를 10여차례 반복해서 역설했다. 그 다음으로 같은 말을 반복한 것은 진보 보수를 어떻게 말할 것인가, 시민들에게 어떻게 교육시킬 것인가 그 방법론에 대한 것이다. 정작 그 주제보다 그것을 구현할 방법에 대해서도 노심초사한 것같다.  

 

그는 진보 보수라는 이념은 워낙 복잡해서 이론적으로 접근하면 도무지 갈피를 잡을수 없다고 했다. 이 사람 말을 들으면 이말이 맞는 것같고 저사람 말을 들으면 저말이 맞는 것같다고 했다. 진보 보수를 이론적으로 얘기하면, 그 이론의 틀안에 들어가면 해쳐나오질 못하고 뭔소리 하고 있는지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그냥 헷갈린다.

 

그래서 이론으로 하지 말고 자료를 던져놓아야 국민들이 이해할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영상적 메세지로 던져놓으면 직관적으로 이해할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사진으로 찍어서 보여주자. 설명하거나 주장하지 말자고 말한다. 이것은 진보의 미래 집필 방식을 가장 잘 표현해준다. 그외에 살아있는 현실로, 돈으로, 수치로, 사건으로, 데이터로 말하자고 제안한다. 이 말도 여러차례 반복했다. 아래에 그 말들을 모아봤다. (영상적 메세지로, 살아있는 현실로, 돈으로, 사진으로를 역설한 글은 찾았으나 수치로, 사건으로, 데이터로 말하자는 문귀는 다시 찾아서 올리려한다.)  

 

그의 생각의 행로를 쫒아가 보자. 1) 진보 보수를 이론적으로 얘기하면, 그 이론의 틀안에 들어가면 해쳐나오질 못하고 뭔소리 하고 있는지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그냥 헷갈린다. 2) 그래서 직관적으로 이해할수 있게 하자. 3) 살아있는 현실로서 말을 하자. 즉 사례를 가지고 말하자. 4) 진보의 나라 보수의 나라를 말한 '유러피언 드림'에서처럼 그리고 진보의 시대 보수의 시대를 말한 '미래를 말하다'처럼 그렇게 하자.

 

진보의 나라 보수의 나라로 구분하자는 뜻은 곧 유럽과 미국을 비교해 보자는 것이다. 대통령은 주로 두 나라의 정책들을 염두에 둔 것은데 여기에만 국한될 필요가 없다. 그 정책의 결과로 생활속에서 나타난 현상들을 비교하는 것이 더욱 실감날 것이다. 

 

1. 영상적 메세지로

왜냐하면 이론적으로 보수 진보를 얘기하면 복잡하게 더 들어가게 돼 있는데, 들어가 버리면 그 안에서 헤쳐나오질 못하고 뭔소리 하고 있는지 얘기하는 사람도 모르고 그냥 헷갈려 버려서 “뭐 그 어려운 소리 해쌌노?” 이렇게 돼 버리기 때문에 진보 보수의 논지를 설명없이 명쾌하게, 그냥 직관과 영감으로 탁.... 이렇게 일종의 영상메시지처럼 받아들이게 할수 없나? 그 고민을 해본 결과 오랫동안 고심하다가 진보의 나라, 보수의 나라, 이런 개념을 한번 설정해보면 어떠냐? 보수의 시대와 진보의 시대, 이런 관점에서 한번 접근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제가 하게 됐다는 것이죠.

 

2. 살아있는 현실로

그래서 그것은 살아있는 현실로서 미국과 유럽을 비교해보고 살아있는 역사로서 진보의 시대와 보수의 시대를 비교해보자는 것이죠. 이렇게 하면 나무가 아닌 숲을 둘러보둣이 보수와 진보의 실상을 직관적으로 한번 이해할수 있게 되는 것 아니냐? 그래서 이제 보수의 나라, 진보의 나라를 얘기합니다. 보수의 나라, 진보의 나라를 얘기하는데 기준이 뭐냐? 이렇게 되는거죠. 기준이 뭐냐? (109-110쪽)

 

3. 돈으로

진보주의 보수주의는 한참 설명을 해도 사람들이 보기엔 그게 그거같고 그말이 그말같고, 정말 둘의 차이를 분명하고도 쉽게 보여주는 방법이 뭐냐? 내가 고심해서 꺼내 든 것이 ‘돈으로 계산을 해보자’ 이거 아닙니까? 돈으로 계산해보자. ‘세금 얼마냐?’ 이 말은 재정으로 바로 통하게 돼 있고 복지로 바로 통하게 돼 있거든요. 세금 얼마 받아서 재정을 얼마만큼 크게 운영하고, 그중에 얼마를 복지로 쓰냐. 요새는 복지, 교육 부분이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들어가고 있는데, 얼마를 복지로 쓰느냐 이게 이제 핵심이고요.(258)

 

4. 사진으로

우리가 복지예산을 20프로에서 28프로로 올려놨는데 그게 100조가 넘어요.(173) 우리가 지금 GDP 대비 재정지출이 28프로인데, 그 28프로에 다시 복지 지출이 28프로입니다. 28 곱하기 28이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지출인데 미국만해도 36 곱하기 56이거든요?

그러니까 그걸 비교해주는 것이 나는 이 책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없는 거 하지 말고 있는 거하자. 없는 걸 그리지 말고 사진 찍어서 보여주자는 거죠. 이 동네 사진, 이 동네 이 집, 살고 있는 집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여주잖아요. 그보다는 모델하우스를 딱 지어서 보여주자 이거지(174)

 

5. 숲을 둘러보듯

이 진보와 보수에 관한 얘기가 먹고사는 얘기인데, 이걸 진보가 무엇이고 보수가 무엇이고 그 쟁점이 뭐고 주장과 논리가 무엇이며 역사가 무엇이고 누구를 위한 사상이고 이런 것을 쭉 설명하니까 얘기가 너무 길고 복잡해서 이런 얘기를 좀 단순명료하게 국민들 앞에 전달하는 방법이 없을까? 거기에 대한 고민을 보수와 진보 숲을 둘러보듯 한바퀴 둘러보자는 겁니다.

 

이명규경제가 화두인 시대에서 왜 다시 이념 얘기인가? 진보와 보수가 왜 중요한가? 진보, 보수는 어떻게 다른가를 이야기한 뒤, 영상적 이미지로 이 둘의 차이를 찬찬히 보여주면 기획자(즉, 대통령)의 의도에 충실한 책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다시 진보, 보수 얘기를 하자는 것이냐? 이를테면 병행을 하되, 지난 6개월 간 여기에 대해 이미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으니 잘 정리하면 추가로 힘들이는 것은 좀 줄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 매진해야 할 부분은 진보, 보수의 영상적 이미지를 잘 서술해 보여주는 것이겠지요. 제 생각입니다.
  2010/01/22
김제완노대통령은 주제를 잘못 잡은 것이 아닐까요? 진보 보수는 정말 인기없는 주제입니다. 이명규님이 위글에서 말하셨듯이 경제가 화두인 시대에서 왜 다시 이념 얘기인가? 많은 사람들이 생뚱맞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대통령도 사람들이 짜증내는 주제라고 말을 했었지요. 게다가 이념은 사람들 사이를 갈라놓기나 하지요. 몇달전 연구편집위원 한분이 오프모임이 끝나고 가면서 저에게 퉁명스럽게 화를 내며 말했었는데요. 왜 그 골치아픈 진보 보수 좌파 우파 이런 말을 자꾸 하느냐 그러더군요. 그런데 진보의 미래 1권이 나오고나서 읽어보니 정작 노대통령이 진보 보수를 아주 세게 하는 겁니다. 저도 사실 놀랐습니다. 

연구위원들중에 대통령의 제안에 실망한 사람들이 있는 것같습니다. 지금 게시판이 썰렁한 데에는 이런 이유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또다른 분들은 짐짓 대통령의 제안을 외면하고 이 책에서 그나마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복지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같습니다. 요즘 진보진영에서 가장 유행하는 담론이니까요. 그렇더라도 대통령이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말한 것이 복지다 이렇게 말하면 오바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동안 우리가 인기없는 진보 보수를 열심히 논의했는데 이것은 소가 뒷걸음질하다가 쥐잡듯이 운이 좋았다고 봅니다. 이명규님 말씀처럼 여기서 다시 이 논쟁을 할 필요없습니다. 그리고 대통령도 골치아픈 부분에 일부러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기본적인 그러나 제대로된 개념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본 것이죠. 다만 국민들이 잘 이해하도록 재미있는 사례로 말하자. 이렇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점에서 또다시 대통령이 난관에 부딛치는 것같네요. 논리가 아니라 재미있는 사례로 말하는 것은 정신세계에서 고수들에게나 가능한 일입니다. 무거운 주제를 재미있는 사례로 말하는 사람은 우리주위에 신영복 선생을 먼저 들수 있는데요. 그분은 20년 수도끝에 얻어진 내공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학자들중에는 강준만교수의 글을 우습게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사회과학을 그만큼 대중들이 읽기 쉽게 말하려면 여기에도 내공이 필요합니다.

우리 연구편집위원들중에는 논리적으로 사리를 따지는 것을 선호하고 여기에 자신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분들은 진보 보수를 재미있게 말하는 경지에 이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학문의 글쓰기에 열중해온 분들이어서 그런 필요를 느끼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니 사회현상이나 인생경험에서 나온 사례보다는 참여정부의 자료집에서 각종 데이타를 분석해서 적절한 사례를 찾아내야 하는데 이건 지적인 흥미를 유발시키는 창조적인 노동은 아니거든요. 대통령의 의도가 이렇게 겹으로 꼬이고 있는 것 아닐까요. 이 게시판의 힘이 갑자기 쇠약해지는 이유를 곰곰히 생각하다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2010/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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