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추기경은 변절자였나

 

몇해전 열린우리당이 여당이었을때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려고 했었다. 이때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사설까지 동원해 김수환추기경을 비난했다. 이 민감한 때에 김추기경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격분한 사람들이 그를 존경했던 사람들이 눈믈을 흘리며 그에게 변절자라고 말했다. 한겨레 경향 사설에도 변절이라는 말을 언급했다. 

 

그는 과연 변절자일까. 이미 하늘 나라에 있는 분이니 이제는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할 것같다. 내가 보기에 그는 변절한 것이 아니고 늘 같은 자리에 서있었다. 기독교정신이라는  변함없는 자리에 서있었다. 그가 서있던 자리를 이념 잣대로 보면 중도우파이다. 

 

박정희 전두환 시기 지배이데올로기는 극우였다. 그는 권력보다 왼쪽에 서있게 된 셈이다. 그래서 이념좌표상 진보의 위치에 있었다. 그는 기도만 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민주화운동의 지도자로서 행동했다. 

 

그로부터 시간이 지나 김대중 노무현시기로 들어서자 지배이념이 중도내지 중도좌파로 바뀌었다. 그러자 김추기경은 권력보다 또는 변화된 사회보다 오른쪽에 위치지워졌다. 그래서 보수로 변신한 듯이 보이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김추기경은 진보에서 보수로 "변절"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기독교정신이라는 기둥을 한번도 놓지 않았다. 그의 선택은 늘 기독교였지 진보나 보수가 아니었다. 다만 사회가 변함에 따라서 그렇게 보일 뿐이었다. 

 

프랑스의 삐에르신부(아베 삐에르)는 김추기경과 여로모로 비교되는 인물이다. 삐에르신부도 김추기경처럼 국민들의 존경을 받는 분이었다. 국민들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을 뽑으라면 그가 늘 1등이었다. 그도 유태인 학살에 대한 수정된 입장을 표함으로서 즉 유태인 학살 숫자 400만명이 과장됐다는 의견을 피력한 뒤 좌파로부터 엄청난 공격을 당해 지방의 수도원으로 피신한 적이 있었다. 

 

김수환추기경이나 삐에르신부는 늘 그 자리에 서있었는데 시대가 왼쪽으로 급격하게 변하거나 그보다 왼쪽에 있는 사람의 눈에는 그들이 변절자로 보이게 된 것이다. 이념의 착시현상이다. 

 

김수환추기경이 변절자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려면 이처럼 좌우이념이라는 잣대를 이용해야 한다. 그를 변호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기도만 해서는 안되고 이념을 알아야 한다. 좌우이념은 이처럼 혼란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유용한 도구인데 한국에서는 혼란을 만들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같다. 그렇게 생각하는 한 이념이 주는 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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