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이 낮은 사람이 보수를 지지한다?

 

 

2006년 11월에 발행된 “한국의 이념갈등 현황 및 해소방안”이라는 책자에는 흥미있는 조사결과가 실려있다. 한준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와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가 관련기관의 연구용역을 받아 출간했다. 한국여성개발원이 발행한 이 책자의 부제는 “국민통합및 평등사회 구현을 위한 정책연구”이다. 

 

이 책은 성별 연령 교육수준과 직업에 따라 이념성향의 분포가 차이를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성별로는 남성이 여성에 비해 보수와 진보 모두 높은 비율을 보인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중도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남성이 여성에 비해서 보다 이념성향 면에서 양극화된 경향이 높다.

 

연령대 별로 비교해보면 가장 보수의 비중이 높은 연령층은 50대 이상인 반면 진보의 비중이 가장 높은 연령층은 30대로 역시 50대이상 연령층의 두배가 넘는 24.8%가 진보적 이념성향을 보인다. 한편 20대에서는 진보의 이념성향 비중도 높지만 중도의 성향이 모든 연령중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교육수준별로 비교해보면 초증등줄 고졸 전문대졸 대졸 가운데 보수의 비율이 가장 높은 것은 초중등졸 집단이다. 전문대졸이 가장 중도의 비율이 높게 나타나며, 대졸의 경우 진보의 비율이 가장 높은 집단으로 초중졸에 비해 두배가 넘게 진보의 이념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을 많이 받을수록 보수로부터 멀어지고 진보에 가까워진다는 교육의 진보적 효과를 확인시켜준다.

 

직업집단별로 볼때 보수이념을 가진 비율이 가장 높은 직업은 블루칼라와 자영업이며, 진보의 이념을 가장 많이 가진 집단은 학생과 화이트칼라이다. 

 

소득별로는 유의미한 이념성향의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중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교육수준과 이념성향의 관계이다. 초중등 졸업자들의 보수성향이 다른 학력계층보다 가장 높았다는 것인데 일반상식과 큰 차이가 있다. 

 

현행 제도에서 의무교육이 중학교까지이므로 이들은 의무교육까지만 마쳤거나 그것조차 마치지 못한 사람들이다. 사회적으로 가장 소외된 계층인 것이 분명하다. 이들이야말로 가장 소외된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진보 좌파의 진지가 될수 있는 것같지만 사실은 거꾸로다. 

 

왜 그럴까? 이들은 자신을 온전하게 지키는 것조차 버거운 사람들이다. 이들이 자신과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은 마치 병약한 노인이 진보가 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정치사회학적인 분석의 한계가 이런 데서 드러난다. 

 

지난 30년대 당시의 주류였던 고전파 경제학자들은 세계대공황을 설명하지 못했다. 이때 J M 케인즈가 기존 경제학의 한계를 뚫고 새로운 이론을 제시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성에 대한 성찰을 통해서였다. 소위 ‘일반이론’으로 알려진 이 이론을 통해 대공황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현재 진보 보수를 막론한 각정당이나 정치 사회학자들이 분석하는 유권자 성향은 정치사회적 이론 틀에 입각한 것이다. 여기서 벗어나는 인간성의 유형에 대해서는 너무 무지한 것이 아닐까. 그래서 정치가 국민의 삶에 밀착해서 작동하지 못하고 늘 겉도는 것은 이런 것도 중요한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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