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배반투표 있나 없나>>

 

1. 합리적인 것은 옳은 것이다? 

 

과거 박정희시대에 여촌야도라는 말이 있었다. 이때 저소득층인 농촌에서 공화당을 찍었다. 권위주의 정부가 집권해서 교육과 언론을 장악해 그들이 원하는 대로 국민을 장님으로 만든 것이다. 

  

그뒤로 10년동안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이같은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군사정권의 우민화정책 때문이 아니라는 의심이 든다. 그러면 무엇때문이지? 여기서 문제가 시작된다. 여기에 대해 답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며 길을 찾아보았다. 그러다가 우리가 굳게 믿고 있는 것까지 의심을 하게 됐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것은 반드시 옳은 것일까? 인간은 이성적인이면서 감성적이고 본능적인 존재이기도 한데. 

  

합리주의자들은 자신의 이익에 따라 투표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강북에 전세 살면서 종부세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제 발등 찍는 어리석은 사람으로 보인다. 진보정당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그들을 의식화해내지 못한 자신들의 무능력을 반성하고 자책한다. 

  

합리주의의 함정에 빠지는 쪽은 주로 좌파들이다. 그들은 우파보다 논리적인 성향을 갖기 때문이다. 좌뇌는 논리적 인식을 담당하고 우뇌는 정서적 인식을 담당한다고 한다. 그들은 좌뇌가 발달된 사람들이다. 

  

이런 골치 아픈 문제를 풀어주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런 계급배반투표하는 사람은 애초에 없었다고 외치며 달려오는 사람. 그가 손낙구씨이다. 그는 1660쪽에 이르는 역작 “한국 정치사회지도”를 들고 왔다. 책의 가격이 10만원이나 되어서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그 책의 방대함은 무언가 진실성을 담보해주는 증거라고 믿어진다. 

  

이 책이 진보 매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이유는 합리주의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워서 골치 아팠던 계급배반투표 문제가 일거에 해결돼버리고 그들의 생각이 맞았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기 때문이다. 

  

경향신문 김철웅 논설실장은 “서민층이 자신의 사회경제적 이해와 일치하지 않는 투표를 한다는 가설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계급배반투표라는 것은 단지 가설이었다고 기뻐한다. 

  

그러나 여전히 한쪽 발목이 진흙 수렁 속에 빠져 있다. 한겨레21의 상반된 내용을 싣고 있는 두 개의 기사는 이 문제의 모순적 상황을 잘 보여준다. 한겨레21은 2009년 2월19일자에서 “MB의 든든한 지지층, 저소득층”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한겨레의 자체 여론조사는 가구당 월소득 250만원 이하의 A그룹과 250만원에서 400만원까지의 B그룹 그리고 400만원 이상의 C그룹등 3분해서 각각 그룹의 의견을 물었다. 먼저 이명박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한다는 비율을 보면 A그룹이 42.9% B그룹은 33.3% C그룹은 33.5%였다. 종부세에 대한 의견에서 A그룹은 56.3% B그룹은 48.9% C그룹은 55.0%로 A그룹이 종부세 축소 찬성율이 가장 높았다. 

  

저소득층이 보수정권의 국정운영에 가장 후한 점수를 주었다는 것을 알수 있다. 이것은 매우 역설적이지만 한국에서는 일반적인 현상이라는 평도 이 기사에 붙어있다. 

  

그런데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10년 2월22일자 표지에 “가난한 사람은 투표하지 않는다”를 표지이야기의 큰제목으로 정치양극화, ‘부유층의 계급투표 vs '가난한 이들의 무투표’를 작은 제목으로 올렸다.

이 기사에서 1년전의 보도와 정반대되는 손낙구씨의 조사결과를 보도했다. “무주택자 비율이 높고, 주거 환경이 열악하며, 주민의 학력이 낮은 지역일수록 민주당 득표율이 높게 나타난다는 사실은 교육 수준이 낮은 저소득층이 보수 정당에 투표한다는 ‘계급 배반 투표’ 이론을 뒤엎는 결과다.”라고 적고 있다.

  

그럼에도 상반된 내용의 기사를 내보내면서 이에 대해 아무런 해명이 없다. 한겨레21은 다만 자기모순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저소득층의 계급배반투표 부분은 위의 한 문단으로 축소하고 무투표성향을 부각시켜 보도했다. 다른 매체들이 계급배반투표를 강조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헌겨레21이 스스로 계급배반투표를 입증한 지난해 기사가 큰 파장을 일으켰고 많은 식자들이 이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고민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무책임한 편집이다. 서울대 조국교수와 유시민씨는 기고와 강연을 통해서 이 문제의 원인을 나름대로 고민했다. 

  

한겨레21의 상반된 내용을 담고 있는 기사들은 이 문제가 우리사회에서 정리가 되지 않았음을 잘 드러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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